캐나에서 2년 생활 회고
며칠 전, 오랜 만에 캐사사에 들렀는데, 어느 40대 소프트웨어 개발자분이 캐나다로 오신신다는 글을 보고 한번 다시 정리 해본다.
생각날때마나 한번씩 하는 것인데 오늘이 그날이다!! ㅎㅎㅎ 이미 1년 회고기는 저 카페에 써놓긴 했는데, 나도 기억 안남! 다시 정리 ㅋㅋ
[결심]
해외 생활을 결심한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개발자로 나름 잘 지내고 있었으나, 한국에서의 마지막 이직 실패로 잉여의 삶을 사는 것이 너무 무료하였고, 다른 하나는 내가 영어 땜에 지난 몇 십년간 버린 시간/돈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에 우리 아이들은 바이링구얼 될 수 있는 기회가 가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후보 국가는 뉴질랜드 아니면 캐나다로 가기로 금방 결정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뉴질랜드를 좀 더 선호했는데, 영주권 취득 후, 2년 정도만 거주하면 평생 영주권이 유지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반 공무원인 와이프에겐 참으로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와이프의 비저항/무협조로 지지 부진하게 진행되었고, 그러던 중 영주권 받을 기회(준비중에 이민 점수 상향)가 날아가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캐나다로 방향을 틀었다.
나중에 마눌님께 왜그랬냐 물어봤더니, 벌레 많고, 심심한 섬나라에 가기 싫으시다고… 내가 보기엔 그냥 미쿡 옆에 가고 싶었던 것 같은데~ ㅎㅎ
[준비]
이미 해외 체류 경험이 있어서, 그다지 큰 걱정은 없었다. 그리고, 돌아올 예정이기에 굳이 큰 돈을 써가면서 영주권을 받고 갈 필요도 없어서, 체류 가능한 비자를 알아보게 되었다.
캐나다는 이쁘게도 컬리지 이상의 대학에서 공부하면, 배우자는 워크퍼밋, 아이들은 임시 체류 비자가 나온다 하여 고민없이 결정하고, 유학원에 의뢰, 수속을 바로 밟았다. 결정 후, 상담-서류준비-학교선정및지원-신체검사-아이엘츠시험-출국 까지는 약 1년 정도가 걸렸는데, 정상적인 생활(?)을 해온 우리 가족에겐 큰 문제는 없었다.
와이프가 공부하기로 했기에 2년 간 마냥 놀고 싶었으나, 캐나다 대도시 물가가 어마 무시한 관계로 내가 취업해서 돈벌기로 결정을 당했다. ㅠ.ㅠ
[출국 전 취업 준비 - 영어]
이미 한차례 외쿡 생활을 1년 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마무시한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영어였다. 기본적으로 한국말도 어버버한 내게 있어서 영어는 커다란 문제였다. 솔직히 말해서 개발자 중에 말 잘하는 인간 몇 되겠냐고… ㅠ.ㅠ (물론 혀그래머 제외!!) 어째든 준비가 필요 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년동안 전혀 발전이 없었다. 결국, 와이프가 선발대로 2달 먼저 캐나다로 떠나고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영어 준비가 안된다.
일단, 외국어 습득이 원할한 나이가 지났으며, 와이프가 휴직 전 회사일로 반년을 까맣게 불태우셔서 혼자 살다시피 했기에 아이 둘 육아와 회사 일, 출국 전 처리해야 하는 일 등으로 거의 짬이 나지 않았다.
결국, 생각한 것이 “딱 하나만 준비하자” 였다. 리딩은 어느 정도 되고, 라이팅은 인터넷이 해결해 줄테니, 리스닝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름 논리적으로 판단한건데, 이유는 지원을 하고 폰스크린이라는 것을 할때, 알아듣지 못하면 전화기 너머로 정적만 전달하거나 “아임쏘리” 무차별 콤보를 시전할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리스닝도 첨엔 무작정 미드 같은 거 보면서 듣다가 목표가 폰인터뷰라는 것을 상기하고 인터뷰 관련 내용의 유투브 위주로 찾아봤다. 그 중 제일 도움 되었던 것이 Cracking the Coding Interview 저자가 하는 방송이었다. 정확한 발음에 어떻게 코드를 설명하면 되는지 알게 되었고, 인터뷰 요령과 질문들을 미리 체험할 수 있었기에 자막으로 한번 듣고, 없이 듣고 계속 반복하면서 청취 했다.
폰인터뷰는 보통 네이티브가 하기 때문에 이상한 엑센트/발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행여 폰 인터뷰어 발음이 이상하면, 가지 말아야 할 회사이거나, 구글같은 드림 회사이다. ㅎㅎㅎㅎ
[출국 전 취업 준비 - 개발관련]
개발자 커리어가 망가진 상태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없는 실력을 증명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제일 먼저 한 것이 GitHub에 포트폴리오 작성이었다. 때마침 시작한 리서치 프로젝트에 코드 개발 및 데모가 필요하다하여 자원하였고, 해당 프로젝트에서 했던 리서치 및 연습한 코드를 깃헙에 올렸다. 덧붙여서 예전에 회사에서 작성한 것 중에 쓸만한 유물(?)들을 찾아 같이 올렸다. 물론, 너무 티나게 깔끔하게 정리하지는 않았고, 얘가 개발은 할 줄 알겠구나 하는 정도로 정리해서 커밋을 했다.
그리고, 유튜브에도 1년 전부터 프로젝트의 일부(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를 촬영해서 올렸다.
[출국, 입국 그리고 정착]
직장 동료 중 캐나다 시민권자가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하우스 렌팅을 위해 에이전트를 소개시켜 줬는데, 초기 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랜딩 지역은 와이프 학교 때문에 토론토로 이미 정해졌고, 렌트비 범위와 학교 근처로 콘도를 요청 했는데, 때마침 새로 지어진 데가 있어서 와이프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계약서 쓰고 입주하고 처리가 끝났다.
이게 별것 아닌것 같지만, 한국과 달리 집주소가 없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캐나다에서는 거주할 집을 큰 고생없이 구했다는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거기다 캐나다에서 월세를 구하려면 집 주인이 로컬 크레딧(은행기록, 직장 등)을 요구하는데, 에이전트께서 보증을 해주어 큰 어려움이 해결했다. 만세~!!!
사실, 여기까진 와이프 겪은 쉬운(?) 일이고, 난 남은 아이 둘과 200Kg 넘는 짐 보따리 짊어지고 출국/입국을 하게된다. 전날, 전세를 빼고, 짐을 지인들에게 버리고, 전세금은 은행에 넣은 후 영문 잔고 증명을 떼고, 마지막 영문 주민등록 등본을 떼고, 아이 학교에 부모 동반 해외 이주서류 작성하고, 회사에 영문서류 받고, 개인 짐 빼고, 타던 차를 팔고, 부모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등등 이런건 뭐 하는 김에 했다…. 하…….
출국 전 날, 이 모든걸 마친 후 공항 열차를 타고 가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ㅎㅎ 어째든 이것도 이사라서 정말 많은 짐을 버렸음에도 엄청난 것들이 내 손과 등에 달라붙어서 캐나다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비행기라서 당일 새벽에 가도 되지만, 그 많은 짐과 아이들을 데리고 새벽에 갈 자신이 없어, 공항의 트랜짓 호텔에서 하루 묶었다.
이쁘게 자는 아이들 모습과 약간의 긴장에 하루 밤을 잔듯 만듯 보내고 대한항공 토론토 행 비행기(약 14시간)를 탔다. 쩝~ 나중에 안 사실인데, 혼자 아이 둘 이상을 데리고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한가족 서비스 대상이라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출발지가 외국이어도 가능하단다. 잊지말자!!!
내용이 너무 길어서 다음에 더 정리하겠음~ To be continued…